하와이산 아보카도의 비밀
그 부드러운 맛이나 농축된 양분의 깊이, 크기 면에서도 단연 세상 모든 아보카도를 앞선다.

하와이산 아보카도의 비밀

By Dennis Hollier
Photos by Jack Wolford

하와이산 아보카도는 여러 가지 면에서 특별하다. 그 부드러운 맛이나 농축된 양분의 깊이, 크기 면에서도 단연 세상 모든 아보카도를 앞선다. 하지만 그런 고품질의 하와이산 아보카도를 맛보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켄 러브(Ken Love) 씨를 만난 것은 카피올라니 커뮤니티 칼리지의 농산물 직판장에서였다. 우리는 직판장에 설치된 러브 씨의 아보카도 시식 코너에 줄지어 서 있는 사람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둥그런 캐노피 아래에는 각양각색의 아보카도가 가득 쌓여 있었다. 러브 씨는 빅 아일랜드에서 무려 136킬로그램의 아보카도를 들여왔다고 했다. 다양한 아보카도를 맛보는 사람들의 표정은 자못 진지했다. 아보카도의 진한 풍미를 제대로 음미하는 행렬의 모습이 마치 와인 감정가 같았다.

하와이는 세계 제1의 최상급 아보카도 생산국이다. 하와이 열대과일 재배협회(Hawai‘i Tropical Fruit Growers Association) 부회장이자 하와이 농장체험 관광협회(Hawai‘i AgriTourism Association) 임원인 러브 씨는 하와이산 아보카도 재배에 관해서라면 모르는 것이 없는 전문가이다. 그는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1만5천여 평의 커피 농장과 열대과일 농장을 운영해왔다. 수십 년 동안 열대과일 농장에서 아보카도 나무를 길러왔다는 이야기이다. 처음에 그는 커피 농사에도 열심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열정은 점차 사그라들었다. “그 빌어먹을 부동산 중개업자한테 코가 꿰어 커피 농사를 시작했지 뭡니까.” 러브 씨가 농담 반 진담 반인 한탄을 쏟아냈다. 어쨌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부터 러브 씨는 열대과일 재배에만 몰두했다고 한다. 3년 전에는 하와이 농산물 육성 프로젝트에 전념하기 위해서 이 농장들마저 모두 팔아 치웠다. 

지금은 하와이 농산물의 우수성을 세계 만방에 널리 알리는 일과, 수익성이 좋고 새로운 하와이 농산물을 취급하도록 빅 아일랜드의 농부들을 설득하는 일을 하고 있다. 러브 씨는 평가절하된 하와이 특산 아보카도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그동안 러브 씨는 하와이의 아보카도 농업에 관한 글도 여러 차례 기고했고, 아보카도 농장주들을 만나 의견을 들어보고 상담하는 일을 해왔다. 여담이지만 도매업자와 농장주들을 으르기도 하고 애원도 하면서 성가시게 굴었단다. 이젠 하와이산 아보카도 대변인이라도 되는 것 같다며 러브 씨는 너털웃음을 지었다. 잠시 후 이 자칭 하와이산 아보카도 대변인은 파이프를 주머니에 쑤셔 넣으며 하와이산 아보카도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수도 없이 되풀이했을 것 같은 이야기였다.

 “하와이에는 200종이 넘는 아보카도 나무가 자라고 있습니다.” 그는 이것이 멕시코와 중앙 아메리카에서 서쪽으로 항해를 한 무역상들 덕분이라고 말했다. 아메리카의 상인들이 항해 중에 먹을 아보카도를 배에 가득 싣고 출항했고 그중 특히 좋아하는 아보카도종의 씨앗을 아껴두었다가 하와이 섬으로 갖고 들어왔다는 것이다. 이어 300여 년에 걸친 무역 거래 이외의 요인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하와이의 농부들은 아메리카에서 전래된 다양한 아보카도 나무를 접붙이고 경작하여 엄청나게 다양한 종의 아보카도 나무를 재배해냈다. 이 농부들의 대다수는 일본인 커피 농장주였다. 오늘날 많은 수의 하와이 아보카도종의 명칭이 코나 커피를 재배했던 일본인들의 성을 따른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러브 씨의 말에 따르면 하와이에는 크게 나눠 세 가지 품종의 아보카도 나무가 자란다. 

“첫 번째는 말라마(Mlama) 같은 서인도 품종입니다. 껍질이 부드럽고 과실이 크지요. 다음으로는 오톨도톨하고 껍질이 딱딱한 과테말라 품종이 있습니다. 하와이안 하스(Hawaiian Hass)가 그런 종이지요. 마지막으로 과실이 작고 껍질이 얇은 멕시코 품종이 있습니다. 린다(Linda)처럼 말이죠.” 종류가 이처럼 많은 데 따르는 이점도 분명히 있다. 다양한 고도와 기후에서 아보카도 나무를 기를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 나무들이 열매를 맺는 시기도 천차만별이다. 이론적으로만 보자면 하와이에서는 1년 내내 쉼 없이 아보카도를 생산할 수 있는 것이다. 

하와이산 아보카도의 매력은 다양성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와이산 아보카도의 풍미는 매우 훌륭하다. 아보카도에 다량 함유된 농축 식물성 지방의 부드럽고 풍부한 미감에 견과류 향이 더해져 정말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정도로 맛이 있다. 특히나 하와이산 아보카도의 식물성 지방 함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러브 씨가 하와이산 아보카도의 우수성을 강변하고 나섰다. “캘리포니아 하스종에는 대략 8퍼센트의 식물성 지방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반면 카할라우종에는 무려 25퍼센트에 달하는 식물성 지방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마치 버터를 입에 넣은 듯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리지요.”
러브 씨의 이 말 때문에 호기심이 발동한 나는 시식 코너에 설치한 거대한 차양 밑으로 슬쩍 자리를 옮겼다. 러브 씨는 시식회를 여는 것이 처음은 아니라고 했다. 바로 이틀 전 그는 이번 시식회에서 제공한 아보카도와 비슷한 종을 하와이 최고의 요리사들에게 대접했다고 한다. 로이 야마구치(Roy Yamaguchi)나 앨런 웡(Alan Wong) 같은 하와이 스타 셰프들도 초대 손님에 포함되어 있었다고 한다. 러브 씨의 말에 따르면 그들은 아보카도를 생과일로만 맛본 것이 아니라 창의적으로 조리한 아보카도 요리도 시식했다고 한다. “앨런 웡은 카할루우를 정말 좋아했습니다”라고 러브 씨가 덧붙였다. 

나와 함께 시식 코너에 줄을 선 사람들은 그리 고상한 부류는 아니었다. 바로 앞에 있던 나이 지긋한 부인은 아보카도를 다섯 번 연이어 베어 물어 열매 하나를 거의 통째로 먹어 치운 후에야 시식 코너를 떠났다. 뒤에 서 있던 젊은 아가씨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녀 덕에 자원봉사자의 눈을 피해 대포알만 한 아보카도를 캔버스 소재 토트백에 순식간에 집어 넣는 웃지 못할 시식 코너의 진풍경을 감상했으니 말이다. 이에 질세라 줄 맨 끝에 서 있던 한 고객은 자원봉사자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어깃장을 놓고 있었다. 1번 견본을 소량 구매할 수 없는 이유가 대체 뭐냐는 것이 불평의 요지였다. 자원봉사자가 힘겹게 대답했다. “본 제품은 판매용이 아닙니다. 고객님. 하지만 이 설문지를 작성하시면 선택하신 견본을 소량 무료로 받아가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러브 씨는 연륜이 묻어나는 침착함으로 이 행사 전체를 훌륭히 주관했다. 러브 씨는 천생 농부는 아니다. 러브 씨는 그전에는 30여 년 동안 전 세계를 누빈 연합통신사의 사진 기자였지만 이제는 영락없는 흙감태기 농부다. 챙이 넓은 모자 아래로 보이는 붉게 그을린 얼굴에서 강철 수세미 같은 턱수염이 자란 다부진 턱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여기저기 긁힌 자국이 있는 낡은 부츠를 신은 그는 두둑한 뱃살 아래로 색이 바랜 청바지를 느슨하게 걸치고 있다. 하지만 남루한 행색에도 불구하고 이 사내에게서 왠지 모를 ‘생각하는 사람’의 향기가 풍겼다. 시식 행사나 자원봉사자 같은 시시콜콜한 설명은 필요 없었다. 하와이의 황금빛 태양을 맞으며, 하와이 농업의 미래, 특히 아보카도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 러브 씨의 모습이 대답을 대신했으니 말이다. 

나는 시식에 있어서 만큼은 과학적인 접근을 선호하는 사람이다. 시식코너에서 아보카도 한 종류당 모두 세 번씩 맛을 보았다. 맨 처음 베어 물 때에는 과육의 밀도를 중점적으로 평가했다. 그 다음에는 각종 고유의 풍미를 천천히 음미했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맛을 본 것은 솔직히 고백하자면 순전히 식탐 때문이었다. 시식이 끝난 후 매우 만족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다섯 종의 아보카도 모두 매우 훌륭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을 정도였다. 그중 말라마, 카할루우, 린다 이 세 종의 아보카도는 내 일생에서 맛본 최고의 아보카도였다. 식감은 가지각색이었지만 하나같이 나무랄 데가 없었다. 그제야 러브 씨의 심정이 십분 이해되었다. 이런 놀라운 품질을 자랑하는 하와이의 아보카도가 알려지기는커녕 외면당하고 있는 현실에 그 누가 좌절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300종이 넘는 아보카도를 일일이 홍보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기에는 종류가 많아도 너무 많다. 아보카도 전문가이자 자칭 대변인인 러브 씨조차도 모든 종을 다 식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하니 말이다. 견과가 들어 있고 과육이 큰 무라시게스(Murashiges)나 야마가타스(Yamagatas)는 샐러드에 그만이다. 과일향이 강한 야마네스(Yamanes)나 비쇼어스(Beshores)는 소스나 과카몰리(아보카도를 으깬 것에 양파, 토마토, 고추 등을 섞어 만든 멕시코 요리-역주)에 제격이다. 수백 종의 야생 아보카도까지 고려하면 상황은 한층 더 혼란스러워진다. 하와이 가정집 뒷마당이나 도처에 있는 숲에서 정체불명의 아보카도가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대부분 아직 명칭이 정해지지 않은 종이거나 우연히 일어난 이종교배로 생겨난 신종 아보카도다. 이들은 대부분 열등하다. 우수한 종들은 이미 대부분 널리 퍼져 나갔거나 농장에서 재배되고 있다. 

자랑스러워해야 마땅할 아보카도종의 다양성이 시장 진출의 걸림돌이라는 애물단지로 전락한 것이다. “방금 산 것이 무슨 종인지 도무지 알 수 없을 정도니까요”라고 러브 씨가 말했다.

하와이에서 국산 아보카도를 구매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나 마찬가지이다. 일단 동네 슈퍼마켓에서는 하와이산 아보카도를 판매하지 않는다. 하와이산 아보카도는 농산물 직판장 같은 곳에서 가끔 눈에 띌 뿐이다. 타임스(Times)나 푸드랜드(Foodland) 같은 하와이 토착 식료품 체인에서조차 하와이산 아보카도는 찾아볼 수 없다. 전미 식료품 체인인 세이프웨이(Safeway), 특히 월마트(Wal Mart)나 코스트코(Costco) 같은 대형 할인 마트에서 취급하는 아보카도는 대부분 수입품이다. 2007년의 한 연구 결과를 언급하며 러브 씨는 이렇게 말했다. 러브 씨도 이 연구에 일조한 바가 있다고 한다. “하와이 농부들은 36만 킬로그램이 넘는 아보카도를 생산했습니다. 그리고 이 중 절반이 무용지물이 되었지요.” 러브 씨는 이것이 소비층의 부족 때문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하와이 슈퍼마켓 체인과 대형 할인 마트에서 지금까지 캘리포니아와 멕시코에서 수입한 아보카도는 총 68만 킬로그램에 달한다. 15만 킬로그램의 하와이산 최상품 아보카도가 나무에 매달린 채 그대로 썩어갔는데 말이다.  “요새는 식료품점에서 하와이산 아보카도를 개당 60~80센트의 가격으로 구매해 갑니다. 반면 캘리포니아 하스종 아보카도는 개당 2달러 30센트의 가격에 수입됩니다” 라고 러브 씨가 덧붙였다. 하와이산 아보카도의 소매가가 캘리포니아산 아보카도의 도매가보다 저렴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하와이 농부들은 아보카도를 재배하기를 꺼린다. 사실 아보카도 재배를 주력사업으로 삼는 농장도 드물다. 커피나 마카다미아 너트나 열대 과일을 재배하는 농장에 아보카도 나무가 몇 그루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다. 품질 좋은 과실이 앞마당에 자라고 있는데 웃돈을 주고 품질이 떨어지는 과실을 수입하는 격이니 말이다. 러브 씨는 이 상황을 바로잡으려면 전면적인 재정비가 필수불가결하다고 말했다. 우수한 품질을 지닌 것은 사실이지만, 하와이산 아보카도에 대한 사람들의 뿌리 깊은 편견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식료품점에서는 캘리포니아산 아보카도의 맛과 형태를 선호한다. 수입 아보카도에 익숙한 소비자의 구미에 맞추자니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문제는 품질이 아니다. 

수출할 판로도 마땅치 않다. “올해가 하와이산 아보카도의 반입이 금지된 지 벌써 100년째 되는 해내요. 기념할 일은 아니지만 말입니다.” 러브 씨가 말을 이었다. “1908년에 캘리포니아 아보카도 농장주들이 하와이산 아보카도의 수입을 금지시켰습니다. 과실 파리가 그들이 내세운 이유였지요.” 과실 파리를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소규모로 농장을 운영하는 하와이 농장주들이 과실 파리 퇴치 비용까지 써가며 아보카도를 재배하는 것은 수지타산이 맞지 않았다.  사람들은 꾸준히 이 금지 조치를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특히 과실 파리가 농산물에 해를 입힐 수 없는 겨울철 추운 북쪽 지역으로의 수출은 허가해달라는 의견을 꾸준히 개진해왔다. 하지만 러브 씨는 사태를 비관적으로 바라본다. 캘리포니아에서 아보카도를 재배하는 대형 농장주들이 그리 호락호락 이권을 포기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대신 하와이 내수 시장 소비층의 구매 패턴을 바꾸는 데 주력하고 있다. 

소규모 농산물 직판장에서 시식 행사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소비자들에게 하와이산 아보카도를 소개할 수도 있고,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종을 알고자 하는 농장주들에게도 유용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러브 씨도 이제 겨우 한 발짝 뗀 것뿐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와이산 아보카도의 문제는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총체적 해결을 위해서는 하와이 농장주들 간의 긴밀한 공조체제가 완비되어야 한다. 코나 커피 브랜드의 사례를 벤치마킹하여 하와이산 아보카도를 브랜드화하는 것도 생각해볼 만한 일이다. 하지만 러브 씨는 이 모든 문제에 대한 보다 근원적인 해결을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모두, 즉 소비자들의 변화가 절실하다는 말이다. “하와이에서 연간 수입하는 농산물은 7천6백만 파운드에 달합니다.” 하와이의 농업을 장려하고 싶다면, 특히나 최상의 품질을 자랑하는 아보카도의 미래에 투자하고 싶다면 해답은 간단하다. “하와이 농산품을 애용하면 됩니다.” 러브 씨의 말이다.

  농산물직판장의 상점들이 하나둘 자리를 접기 시작했다. 시식코너 앞에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부부가 아보카도를 하나하나 유심히 살펴보다가 린다를 집어 한입 베어 물더니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입가에는 옛 시절을 추억하는 듯한 미소가 번졌다. 말없이 손을 맞잡은 그들은 어디론가 발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나와 러브 씨는 유유히 사라져가는 노부부의 아련한 뒷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할아버지의 셔츠 뒷면에는 이런 글귀가 쓰여 있었다. “하와이의 농업을 후원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