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후를 맛보는 색다른 방법
오아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 도로를 따라 드라이브를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새우가 그려진 귀여운 트럭이
하나둘씩 나타난다. 이곳이 바로 서핑의 천국인 오아후 북부 해안의 또 다른 명소, 새우 트럭 마을이다.

오아후를 맛보는 색다른 방법

글 Jiyoung Kim 

수년 전, 하와이를 처음 여행했을 때 맛본 지오반니 새우 트럭(Giovanni’s Shrimp Truck)의 버터 갈릭 새우 구이 맛은 아직도 생생하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새우에 약간의 버터와 매콤한 향의 다진 마늘 소스를 넣고 만든 그 새우 구이는 들어간 재료가 고작 버터와 마늘뿐이라는 게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중독성 강한 맛을 가지고 있었다. 그전까지 새우는 그저 여러 가지 해산물 가운데 하나일 뿐 유달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바로 그날, 새우의 그 쫄깃한 식감과 씹을수록 달콤한 풍미가 주는 참 맛에 눈을 뜬 것이다. 특히, 여행에 있어 식도락은 그 도시를 더욱 풍요롭게 느끼도록 만들어주는 요소라 믿는 나에게, 하와이의 음식들이 여러 번 실망을 안겨준 터라 여행 스케줄의 끝 무렵에 만난 새우 트럭은 그야말로 신세계 그 자체였다.

그 후로도 하와이를 여행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새우 트럭을 찾아갔다. 트럭들이 줄지어 서 있는 그 동네는 오아후 도심에서 자동차로 40분 정도 걸리는 북쪽의 노스 쇼어(North Shore) 지역으로, 와이메아 비치처럼 오아후에서 가장 예쁜 색깔의 여러 해변이 몰려 있을 뿐 아니라 서퍼들의 마을로 유명한 할레이바 타운(Haleiwa Town)과도 접해 있는 곳이다. 도심에서 꽤 떨어진 그곳까지 새우 하나 먹으러 찾아가자니 어쩐지 좀 번거로운 듯한 생각이 들었는데, 아름다운 해변에 옛날 그 모습 그대로를 간직한 아기자기한 서퍼 마을까지, 기꺼이 그곳에 가게 만드는 근사한 핑곗거리가 새우 트럭 주변에 즐비한 셈이다. 가는 길 역시 오아후에서 오션 드라이브를 하기 가장 좋은 코스로, 도로 바로 옆에 난 해변을 따라 자동차를 달리다 보면 새우 트럭이라는 진짜 목적을 가끔 잊어버릴 만큼 멋진 풍경이 펼쳐진다.  아무튼 멋진 풍광에 넋을 놓고 북쪽 해안가를 한참을 달리다 보면, 새우가 그려진 트럭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거기서부터가 새우 트럭 동네가 시작된다. 다 합해 열다섯 개 남짓한 트럭이 저마다 개성 있는 그림이나 자신들만의 고유한 소스와 맛에 대해 적어놓은 갖가지 사인을 걸어놓은 채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즐겨 찾는 여행자들을 위해 써놓은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도 종종 눈에 띈다. 일요일 오후면 노스 쇼어로 나들이를 나온 하와이 사람들과 관광객들이 트럭 주변에 북적이며, 파란 하늘을 천막 삼아 야외 벤치에 걸터앉아 평화롭게 새우를 먹는다. 그런데, 신기한 건 여기서 먹는 새우가 좀 더 신선하게 느껴진다는 사실이다. 그게 과연 화창한 날씨나 분위기 때문만일까? 

하와이 새우 맛의 비밀은 198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0년대부터 80년대 초반까지, 새우 수요는 엄청나게 증가한 데 비해 국내 생산량은 턱없이 부족했던 미국은 당시 전체 새우 소비량의 80%를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미국 내 새우 수요의 꾸준한 증가를 예측한 미 해양수산부에서 1984년 새우 양식 프로그램을 개발했고, 무역풍과 강한 해류를 가진 하와이가 미국 영토 전역에서 새우를 양식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지역으로 꼽힌 것이다. 덕분에 하와이의 여러 섬에 새우 농장(Shrimp Farm)이라 불리는 대규모의 새우 양식장들이 생겨났고, 오아후에서는 북쪽의 노스 쇼어 지역에 새우 농장들이 들어섰다. 
우리나라도 배밭이 유명한 지역에서는 배 축제를 열고, 소로 유명한 횡성에는 한우 마을이 형성되어 있듯, 새우 농장이 들어선 오아후의 노스 쇼어 역시 차차 새우로 유명해졌는데, 트럭의 형태로 스낵처럼 새우를 맛볼 수 있게 한 시초는 바로 1993년 오픈한 지오반니 새우 트럭(Giovanni’s Shrimp Truck)이다. 1953년식 낡은 빵집 트럭을 타고 다니며 가장 기본적인 레시피만으로 근사한 새우 요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하와이 사람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노스 쇼어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별다른 재료 없이 깜짝 놀랄 만큼 맛있는 새우를 맛본 사람들은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지오반니 새우 트럭에 대해 이야기했고, 입소문은 금세 퍼졌다. 이 트럭의 새우를 맛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자 지오반니 트럭은 1996년, 한곳에 정착해야 했는데, 그곳이 지금 현재까지도 그 트럭이 서 있는 카메하메하 하이웨이(Kamehameha Highway) 66-472번지다. 

지오반니 트럭을 시작한 에드 헤르난데즈는(Ed Hernandez) 씨는 당시엔 그곳이 누구에게도 그다지 매력적인 장소가 아니었다고 이야기한다. 수십 개의 새우 트럭이 즐비한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풍경이지만, 주변의 땅은 모두 비어 있었고, 그 어떤 관광 요소는 물론 단 한 대의 또 다른 새우 트럭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전 세계에서 몰려든 서퍼들이 노스 쇼어의 강한 파도를 찾아 카메하메하 하이웨이로 몰려들기 시작했고, 간단히 먹을 수 있으면서도 아주 맛있고 신선한 데다 심지어 저렴하기까지(2012년 현재, 지오반니의 가장 인기 메뉴인 ‘슈림프 스캠피’의 가격이 한 접시에 13$정도) 한 지오반니의 새우 구이는 그야말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근처에 있는 새우 양식장에서 값싸고 신선한 새우를 풍족하게 공급받을 수 있던 지오반니의 마케팅 전략이 제대로 맞아떨어진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지오반니를 중심으로 하나둘 새로운 새우 트럭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주변에서 새우 양식장을 운영하던 사람들도 새우 트럭 비즈니스에 합류하면서 노스 쇼어로 향하는 카메하메하 하이웨이와 그 주변은 자연스레 새우 트럭 타운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새우 트럭 마을이 마치 복잡한 시장이나 식상한 관광지처럼 변모한 건 아니다. 카메하메하 하이웨이는 여전히 지나 다니는 차가 가끔씩만 보일 정도로 한산하고 평화로우며, 주변은 저 멀리 보이는 터키색 바다와 따끈따끈한 햇빛, 기분 좋은 바람으로 이루어져 있다. 수십 개의 새우 트럭 역시 서로의 구역을 너그럽게 인정해주는 것처럼 멀찍이 떨어져 있어 천천히 드라이브를 하며 가보고 싶은 트럭을 고를 수 있다. 단, 어느 먹거리 타운에서나 마찬가지로 원조의 명성은 있기 마련, 누구나 처음엔 지오반니 새우 트럭을 찾아간다. 나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첫 번째로 맛본 것이 바로 지오반니의 ‘슈림프 스캠피(Shrimp Scampi)’였다. 그 뒤로도 갈 때마다 꼭 지오반니에 들러 그것도 항상 같은 메뉴를 주문하곤 했는데, 최근 여행에서는 새로운 트럭들을 탐방해보았다. 

재미있는 건, 그냥 지나칠 땐 모두 비슷비슷해 보이는 트럭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들러보니 각자 저마다의 개성 있는 레시피와 비장의 스페셜 메뉴들이 준비돼 있었다는 사실이다. 지오반니의 클래식한 레시피이자 모든 트럭의 공통 메뉴인 버터&갈릭은 제외하고, 꼭 그 트럭에만 있을 법한 스페셜 메뉴들을 먹어보기로 했다. 페이머스 카후쿠 새우 트럭(Famous Kahuku Shrimp Truck)에서는 달콤하면서도 부드러운 코코넛 소스의 새우 구이, 로미스 카후쿠 새우(Romy’s Kahuku Prawns)에서는 딤섬처럼 생긴 새우 튀김을 맛봤으며, 푸미스 카후쿠 슈림프 앤 시푸드(Fumi's Kahuku Shrimp and Seafood)에서는 소금과 후추로만 양념한 담백한 새우 구이를 먹었다. 할레이바 타운으로 놀러 가는 길에는 우연히 한국인이 운영하는 호노스 슈림프 트럭(Hono’s Shrimp Truck)도 발견했다. 이곳에서 기대 반 의심 반으로 주문한 갈비&새우 구이는 한마디로 기대 이상이었는데, 달콤하면서도 부드러운 갈비 구이와 매콤한 새우가 한 접시에 반반 담겨 나오는 이 메뉴에는 흰 밥과 김치가 함께 제공돼 한 끼 식사로 손색없었다. 

새우 트럭 이야기를 하다 보니 마치 새우 예찬론자라도 된 것 같지만, 사실 오아후를 여행하면서 새우 트럭으로 가는 길만큼 한적하고 평화롭고 아름다운 길을 본 적이 없다.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그 길을 달리다 보면 나타나는 새우 트럭이기에 실상 더 반갑고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이리라. 그래서 와이키키의 전형적인 들뜬 관광지 분위기나, 대형 쇼핑몰의 소란스러움이 갑자기 번잡하게 느껴질 때면 설명하기 힘든 허기가 몰려오면서 노스 쇼어의 새우가 떠오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새우 트럭이 아니었다면 장엄하게 솟은 산이나 엽서에서 볼 법한 바다와 파도 같은 오아후 북부의 풍경을 그렇게 일찍 경험할 수 있었을까? 노스 쇼어의 새우는 그렇게 오아후의 또 다른 면을 맛보게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