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ad to Ke'e Beach - North Shore, Kauai

특집기사

케에 비치로 가는 길

역사가 깃든 국도를 따라 카우아이 섬 원주민이 안내하는 여행

Pier with parent and child
끝을 알 수 없이 아득하게 긴 길. 겁이 날 정도로 급격한 커브의 연속. 어지간한 담력으로는 엄두도 못 낼 거친 길까지.

카쿠아이 노스 쇼어의 560번 도로(Route 560)는 역사가 깃든 길로 급격한 커브와 태평양 바다 한가운데 절벽에 붙어 있다시피 한 좁은 도로로 악명이 높습니다. 하지만 하날레이 소방서에서 길 건너로 아름다운 경치가 내려다보이는 프린스빌에서 시작하여 구간의 끝인 케에 비치(Ke'e Beach)에 이르는 이 2차선 아스팔트 도로는 불과 16km밖에 되지 않아 몇 분 안에 끝이 납니다.

장점: 이 도로 위에서 바라보는 경치 하나면 다른 말이 필요 없습니다. 꿈에 그리던 바로 그 하와이를 볼 수 있으니까요. 이곳에는 프랜차이즈 식당이 없습니다. 대형 리조트도 없죠. 신호등도, 주유소조차 없습니다. 덕분에 대자연의 고마움을 느낄 수 있죠. 이처럼 길게 뻗은 해안선이 하와이에서 보존 상태가 으뜸으로 손꼽히는 것에는 바위가 많고 험준한 지형도 한몫했습니다.

컨버터블 자동차 지붕을 열면 그 옛날 하와이 오솔길을 따라 이어지고 하와이에서 2004년 미국 국가 사적지 목록에 등재된 560번 국도의 경치에 황홀경을 맛 볼 수 있습니다. 또한, 구비치는 산맥에서 발원하여 바다로 흐르는 강과 계천을 가로지르는 열한 개의 1차선 다리에서 정차해도 넉넉잡아 한 시간 안에 주파할 수 있는 짧은 코스입니다.

하지만 이 지역은 도로에서 완만히 물결 일듯 휘어드는 에움길 언저리마다 하와이의 아름다운 역사와 문화 속에 고운 드레스 주름처럼 열대 우림이 빼곡하게 들어 차 있으니 쉬엄쉬엄 둘러 가시는 것도 좋습니다. 아름다운 경치를 눈에만 담고 지나기 아쉬우실 테니 카메라 챙기는 것도 잊지 마세요.

1.6km(1mi) 정도 가다가 전망 좋은 높은 곳에서 모이를 달라고 조르는 닭들을 살짝 제치면 겨울에 폭포수가 줄을 그으며 떨어지고 산세가 겹겹이 물결치는 장관을 배경으로 하날레이 하곡을 끼고 싱그럽게 누빈 천 조각을 덮어 놓은 듯한 아름다운 밭과 초원이 펼쳐집니다. 하날레이는 이 습지대 덕에 유명하며 포이의 주재료인 타로 토란이 여기에서 재배됩니다.

view over hanalei 

미국의 강 유산(American Heritage River)으로 선정된 하날레이 강을 건너려면 1912년에 놓인 유서 깊은 다리를 건너야 하는 관계로 560번 국도의 해발고도가 수백 미터 아래로 내려가는 낮은 곳에 자리한 이 1차선 다리는 하날레이 여행의 자타 공인된 관문이 되었습니다. 이 고장에서는 으레 한 번에 대여섯 대의 차량이 다리를 건넙니다.

대개의 차량이 강을 건너자마자 속도를 올리지만, 좌회전하여 오히키 도로(Ohiki Road)를 타면 멸종 위기에 놓인 하와이 서식 물새로 하와이 제도에 불을 가져다 줬다는 전설의 주인공 알라에 울라 즉, 하와이 쇠물닭 등 다섯 종을 복구하기 위해 1972년에 지정된 112만 평의 하날레이 국립 야생 동물 보호 지역(Hanalei National Wildlife Refuge)을 지나갈 수 있습니다. 이 보호지역은 일반에 공개되지 않지만, 해발 376m까지 능선을 타는 가파른 3.2km 길이의 하이킹 코스인 오콜레하오 오솔길을 이용하거나 카메라의 파노라마 기능이 빛을 발하는 하날레이 만의 비경을 구경할 때는 입장이 허용됩니다. 오늘날 오솔길을 따라 길가에서 자라기도 하는 타이 플랜트의 뿌리를 주정으로 독주인 오콜레하오(Okolehao)를 증류했던 미국 금주법 발효 시대에 처음으로 길이 났습니다.

560번 국도로 돌아가서 3.2km(2mi)을 더 가시면 서퍼 마을인 하날레이가 나오며 아침은 웨이크 업 카페(Wake Up Café)에서, 점심은 부바스 버거(Bubba’s Burgers)에서, 저녁은 비싸지만 맛좋은 바 아쿠다(Bar Acuda)나 이보다 저렴한 하날레이 고메(Hanalei Gourmet)에서 해결할 수 있습니다.

하날라이에 머무실 때 아쿠 로드(Aku Road)를 따라가시면 바다가 나옵니다. T자형 교차로에서 우회전해서 웨케 로드(Weke Road)가 끝날 때까지 쭉 가시면 됩니다. 이곳에서는 바다에서 서핑, 스탠드업 패들링, 카야킹 등 각종 수상 스포츠를 폭넓게 즐길 수 있으며 해변 산책으로는 하와이에서도 으뜸으로 손꼽힙니다. “닥터 비치(Dr. Beach)”가 2009년 하와이에서 하날레이 일등 명소로 등극했으며 매일 저녁 낙조에 물들 때면 어귀 부근의 만으로 41m 돌출된 이 고장의 명물 하날레이 잔교에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hanalei pier 

해변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다면 1837년에 세워졌으며 이 지역 최초의 종신 선교사의 보금자리였던 와이올리 미션 하우스(Waioli Mission House)에서 선한 역사의 교훈을 되새길 수 있습니다. 오늘날 박물관으로 쓰이는 이 주택은 화·목·토요일 오전 9시 – 오후 3시에 구경할 수 있습니다. 560번 국도변에 자리잡은 아담한 녹색 교회 와이올리 후이아 교회(Waioli Huiia Church)는 1841년에 지어졌으며 흐리거나 맑거나 늘 사진 촬영차 들르기에 더 없는 명소입니다.

날씨에 대해 한 가지 덧붙이자면 겨울철에 비가 내립니다. 하지만 비 오는 날은 드물며 한 번 오면 온종일 내립니다. 비가 안 오면 당연히 푸르게 우거진 초목으로 온통 뒤덮인 산에서 리본을 그리며 흘러내리는 폭포수나 무지개를 구경할 수 없습니다.

도로변 마일 표지 5와 6 사이에는 밋지 게이너(Mitzi Gaynor)의 1958년 작 남태평양(South Pacific)으로 유명해진 해변 루마하이(Lumahai)가 있습니다. 귀찮게 구는 남자들을 떼어놓고자 한다면 일 년 내내 조류와 역조가 흘러서 높은 물보라에 젖을 수 있는 이 해변은 피하시기 바랍니다. 시종일관 유쾌하고 여유로운 산책이 되길 바랍니다.

잠시 주목해야 할 해양 안전수칙 알림: 카우아이 섬의 노스 쇼어 해안은 사시사철 파고가 달라집니다. 겨울에는 북태평양의 폭풍으로 일어난 너울성 파도가 무더기로 이 해변에 몰려듭니다. 경험이 많은 수상 스포츠 애호가가 아닌 한 사시사철 안전이 제일이며 인명 구조원이 감시하는 해변에서만 물놀이를 즐기셔야 합니다.

taro field and hut 

이제 하에나 해안공원(Haena Beach Park)으로 가실 차례입니다. 본래 이름이 마쿠아(Makua)이지만, 대개 터널(Tunnels)이라 불리는 말굽처럼 생긴 이 만의 동쪽 후미는 여름철에 스노클링의 백미를 만끽할 수 있는 무풍 수역입니다. 또한, 이곳은 카우아이 섬에서도 몇 안 되는 육상 스쿠버 장소입니다. 해변을 굽어보는 높은 산도 질세라 여객의 마음에 또렷한 상을 남깁니다. 산 이름은 마카나(Makana)이고 그 뜻은 선물입니다. 그 옛날 하와이 사람들이 이 산의 정상에 올라서 잔화가 불타는 속 빈 막대를 던졌고, 던질 때 폭발이 일며 불꽃이 분출하고는 상승기류를 타고 1해리 밖의 바다 위로 둥둥 떠갔습니다.

na pali 

마쿠아 주차장 바로 건너편에는 마니니홀로 동굴 입구가 있습니다. 민담에 따르면 카우아이 섬에 하와이 사람들이 정착하기 훨씬 이전에 메네후네 소인족인 마니니홀로라는 위대한 어부가 자신의 종족이 잡은 물고기를 훔쳐간 요정들을 찾아서 산비탈을 파서 동굴을 만들었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오늘날 메네후네라는 종족은 존재하지 않지만, 산 가장자리의 입구가 양 옆으로 길게 벌어진 이 동굴은 수백 미터 안까지 뻗어 있어 쉽게 둘러볼 수 있습니다.

기사: Kim Steutermann Rogers

사진: Kim Steutermann Rogers